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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주유소 (김명인)

겨울뜸부기 2012. 3. 18. 11:28


밤의 주유소 


 김명인

밤 2시의 주유소는 몇 개 가등으로 
저가 잠들지 않았음을 알린다, 검은 고요가 
이미 오래 전에 길을 끊었는데 가끔씩은 
졸음에 겨운 주인을 흔들어 깨우는 목마른 고객이 있다 
도대체 새벽 2시란 어떤 식욕이 피곤을 이기는 
밤참의 시간이란 말인가, 
다만, 잠긴 가게문을 두드리는 늙은 주정꾼 
처럼 그렁거리며 차가 멈춰설 때 
열대여섯, 그쯤일까, 하품을 가득 문 사내아이가 
주유구 깊숙이 남성을 들이민다 
미로의 자궁까지 석유가 가닿는 동안 차는 여성성이다 
그가 나를 채웠으므로 기관은 이내 
작동을 시작하리라 
하지만 너무 먼 길을 돌아왔으므로 저 경광 
표지등 아래 잠시 동안 속도를 부리고 선 
쇠의, 노곤한 피로, 검은 몰약으로 닦아내는 
적막을 깨뜨리며 밤의 주유소는 있다 
그러므로, 어떤 속도로도 아직 경험되지 않은 
캄캄한 시간을 향해 
낡은 차는 다시 기운을 차려 떠나야 한다 
흑암의 심연을 파먹는 흡반, 헤드라이트 켜지기 전 
나는 노래한다, 모든 문명의 운명인 
검은 석유의 꿈을, 그 정거장인 밤의 주유소조차! 
저 흐릿한 이정표가 
잠시 잊었던 너의 방향을 이끌리라 
멈추기 전까지는 가야 하므로, 누구도 
이 밤의 미아는 아니다, 이곳 또한 
종착이 아니었으므로,














김명인의 <동두천>시집을 읽던 날들이 생각난다.

시집 동두천의 분노가
그 뜨끈드끈함이 

좋았다.

물론 이 시도 나쁘지는 않다.
돌이켜보면 벌써 
자본의 한 복판에 살고있다.


이 시의 

<이곳 또한 종착이 아니다>
라는 말......

50넘어60... 아니70이면 

다 이해하는 말이다. 

누가 아는가 

다음 생 

다른 혹성에서 

어느 여인의 
자궁에서 

또 어느 이해 못할 

운명을 부여받을지.....